‘아직 배가 고프다’는 말은 지난 24일 한국디지털대를 졸업한 김중현(47•사진)씨에게 꼭 어울리는 말이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김씨는 학사학위가 4개나 된다. 전공 외에 정보행정학, 평생교육학, 청소년학까지 복수전공을 했다.
김씨가 4년간 이수한 총 학점만 213학점. 이 학교의 졸업 최소이수학점(140학점)의 1.5배에 이른다.
한 과목도 제대로 하기 힘든 대학 전공을 김씨가 4개나 할 수 있었던 것은 학창 시절 채우지 못한 공부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고교 시절까지 김씨는 공부를 곧잘 하는 학생이었지만 친구들로부터 사시라는 놀림을 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학교 생활을 점점 힘들어졌고 성적도 뒤처졌다.
김씨는 “졸업 후에 교대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눈이 사시인 점을 탐탁지 않게 보던 면접관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눈 때문에 대학에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자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공부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 후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해남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공부와 멀어진 삶을 살았다. 그러던 김씨에게 계기가 생겼다. 1990년대 초 정부에서 새롭게 사회복지사 양성 과정을 개설한 것이다. 자기처럼 장애로 고통받는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사회복지사 양성 과정에 지원한 김씨는 전문대 이상 졸업자에게만 자격을 준다는 말에 뒤돌아서야 했다.
학력의 벽에 부딪쳐 기회를 놓친 그는 10년이 넘도록 공부에 대한 갈증만 느끼다가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이 생겼다는 소식에 2003년 다시 학교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졸업학점만 듣게 되면 나머지 28학점을 놓치게 되는 게 아까워 사회복지와 관련된 전공을 하나씩 듣다 보니 어느 새 학위가 4개나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