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돌이 아빠' 임현식, 서민의 친구
--심정미의 연예가 솔직토크에서
아무리 인기 절정의 톱스타라도 싫어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외모가 뛰어나면 “성형수술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노래, 연기, 토크를 모두 잘하면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정 흠잡을 것이 없으면 “너무 잘 생겨서 기분 나쁘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얄밉다” 등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곤 한다.

그럴싸해 보이는 인물과 물건일수록 작은 단점이라도 발견해야 비로소 안심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동전의 뒷면처럼 호평과 악평의 양면 속에서 숨을 고르며 사는 것이 대중 스타들의 숙명이다. 하지만 여기 이 사람. 제 아무리 투덜이 스머프처럼 불평이 취미라 해도 이 사람을 싫어할 이는 없을 것이다. 탤런트 임현식 말이다.

1969년 MBC 1기로 데뷔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35년의 긴 세월을 그는 우리 곁에 있었다. 그의 모습을 처음으로 눈여겨 본 드라마는 ‘출세작’인 <암행어사>다. 새하얀 도포자락이 유난히도 잘 어울리던 미남 암행어사 이정길을 괴나리봇짐 하나 달랑 맨 채 두 손을 소매에 넣고 쫄랑쫄랑 따라다니던 갑봉이. 어사가 위험에 처할 때면 발을 동동 구르다가도 호위무사 상도가 ‘짠’하고 나타나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천진한 미소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후 그의 감초연기는 내내 안방극장을 수호하며 눈물과 웃음을 줬다.

그 자신 가장 아끼는 배역이라는<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 아빠는 페이소스 연기에 관한 한 역대 드라마 최고봉이 아닐까. 작은 수리점에 앉아 고장 난 텔레비전이며 라디오를 놓고 궁상을 떨면서도 순돌이에게만은 최고의 아빠가 돼주었다. 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하고 새 장난감을 갖고 싶어하는 순돌이를 한번도 타박하지 않고 “순돌아”하고 다정한 음성으로 불러주던 자상하고 소박한 그 모습이 지금도 그립기만 하다.

<허준>의 임오근은 또 어떤가. “줄을 서시오” “어서 가게~”같은 황금의 애드립으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빼며 비로소 애드립의 황제로 등극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여간해서 그의 얼굴이 소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준>이 그랬고 현재 출연중인 SBS TV <작은 아씨들>도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대장금>홈페이지에는 그의 배역이 소개돼있다. 말그대로 조연의 설움이다. 하지만 열사람의 주연이 사라진다 한들 그와 바꿀 수가 있겠는가.

임현식이 최근 국립암센터에 1억원을 쾌척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알려진대로 교사 생활을 했던 그의 아내는 현재 폐암 투병 중이다. 투병 중인 아내를 보며 느낀 암퇴치에 대한 여망이 그에게 거액을 기부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대중들에게는 아기자기한 웃음으로 엔돌핀을 선사하고 있지만 정작 그의 가슴속엔 걱정과 번민이 자리해있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임현식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나긴 세월을 늘 한 자리에서 서민의 친구로, 안방의 감초로 살아온 그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기부를 한 것이 아닐까. 연기자 임현식에게 힘찬 “아자”를 보낸다.

아, 그리고 드라마 제작진들은 그깟 홈피 용량이 무에 그리 아까워서 조연 소개를 빼먹는 것인가. 이 참에 각성하라.

심정미(연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