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외아들 모교에 장학금 1억 쾌척>

숭고한 뜻 남기고 간 고(故) 박준형군!
한달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박준형군. 박 군의 부모는 보험금으로 받은 1억원을 모교인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기탁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기탁 받은 광주살레시오고, 장학회 설립 예정
전승현 기자 =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가 아들의 모교에 장학금을 내 놨다.
26일 오후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 교장실을 찾은 40대 중반의 부부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장동현(44.신부) 교장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1억원의 수표가 들어 있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외아들 박준형(19)군의 평소 모교 사랑 뜻을 기리고자 받은 보험금을 장학금으로 써 달라는 취지였다.
한달여 전인 8월 21일 저녁, 조선대학교 체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준형 군은 집 근처인 북구 삼각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2005년 2월 살레시오고등학교를 졸업한 준형 군의 빈소에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조문을 와 눈물 바다가 됐다.
남달리 모교에 대한 사랑이 깊었고, 친구들에 대한 정이 많았던 준형군이 갓 스무살도 넘기지 못하고 요절한데 대한 슬픔이었다.
준형 군은 참변을 당한 사흘 후 사랑하는 부모와 친구, 선생님들을 저 멀리하고 한줌의 재로 뿌려졌다.
외아들을 잃은 부모는 이후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대로, 식음을 전폐 하다시피했으나 아들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집에 찾아와 위로해줘 슬픔을 어느정도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뜬 준형이를 기리는 뜻에서 보험금으로 받은 1억원을 의미 있는 데 쓰기로 마음을 먹고 준형이의 모교에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했다.
장 교장은 27일 "준형이는 졸업후에도 선생님들을 뵙기 위해 자주 학교를 찾을 정도로 애정이 깊은 학생이였다"며 "부모의 아름다운 뜻이 훼절되지 않도록 가난이 걸림돌이 돼 대학진학을 걱정하는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조만간 '박준형 장학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준형 군의 자취를 찾고, 부모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학교주변에 조그마한 기념비 등 기념물도 만들 계획이다.
준형 군의 어머니 김미령(43)씨는 "준형이 후배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게 성장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장학금을 기탁했다"며 "그런데 준형이는 이 세상에 없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준형 군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성계발활동의 시간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체험했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배우고자하는 참다운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적극적인 참여와 기쁨을 표현했고, 어려운 순간에도 성숙한 자세로 극복하려는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2006.9.27 (광주=연합뉴스)